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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기부  >  회원작품  >  구연
   
  삼로인
  얼씨구 절씨구
 
○ 리종훈
 

 


◇ 등장인물
박령감: 마을로인(별호 전기다마)
배로친: 박령감의 처
오령감: 마을로인(별호 똥쏘개 오구랑령감)

   (막이 열리면서 청년같이 머리를 까뜬히 빗어넘기고 흰샤쯔에 넥타이까지 맨 박령감이 웃양복을 벗어 손에 쥔채로 급히 무대 한옆으로부터 쫓기우는 사람같이 뒤를 보며 달아나온다. 그뒤로 배로친이 손에 비자루를 꺼꾸로 들고 쫓아나오며 욕질을 한다.)

배로친: (숨을 할딱거리며) 서라! 요 못쓸놈새끼야! 너 뛰기는 어디로 뛴다고 그러니? 오, 요놈의 새끼, 너 눈깔이 있니? 제에미같은 사람과 게 무슨짓이란말이냐 엉?
박령감: 야, 저로친이 저게 제령감도 알아못보는게 치매병이 왔재인 가?(멈춰서며 배로친에게 큰소리로) 이보 로친! 어째 이러우? 내 진짜 당신의 령감이라니까.
배로친: 애구, 저 고얀놈새끼를 조걸 어찌겠나? 제에미같은 사람보구 로친이라니. 저 류망새끼를 붙잡읍소ㅡ류망새끼를 붙잡읍소ㅡ (무대옆에 대고 높이 소리를 지른다.)
박령감: 아, 저런!...(기막혀서 어쩔줄을 모른다.)
    (이때 배로친의 소리를 듣고 오령감이 팔을 걷어올리며 무대 한옆으로부터 달아나오면서 큰소리친다.)
오령감: (사방을 둘러보며)어느놈새끼 류망새낍니까? 어느게? 어느게?
배로친:  (박령감을 가르키며) 저게 아닙니까 저게.
오령감: (박령감을 보며) 야, 고놈새끼 희여멀쑥한게 나기는 잘난놈이구나!(붙잡으려한다.)
박령감: 야, 이런 똥싸개같은 오구랑령감이라구야.(오령감에게 애걸하듯) 이보, 제동갑이도 알아못본단 말이오?
오령감: 뭐? 똥싸개 오구랑령감이? 그리구 뭐 동갑이? 야 저게…(분해서 씩씩거린다.)
배로친: 에구 에구 아즈바에! 저놈이 하는 행실을 봅소. 에구 에구 내 조걸 그저…
오령감: 글쎄 내 별명까지 탁탁 부르는걸 보니 류망새끼 틀림없구나! 야, 이놈아!ㅡ가만, 저 아즈마이 그쪽으로, 내 이쪽으로 조이면서 저 놈새끼를 붙잡깁소.
배로친: 예, 예.
     (박령감을 한가운데 놓고 오령감과 배로친이 포위권을 조이면서 확 달려들자 박령감이 살짝 몸을 뺀다. 그통에 오령감과 배로친이 쾅하고 이마때기를 부딪치며 둘이 같이 뒤로 힌둥 나가 번저진다.)
배로친: 애고고
오령감: 아가가
   (배로친과 오령감 서로 얼굴을 찡그리며 이마를 문질러댄다.)
박령감: 제사람두 알아못보더니 쌍통이다. 쌍통! 맹통! 꼬부랑통!(골려준다.)
오령감: 뭐? 쌍통, 맹통, 꼬부랑통?!(이마를 문지르며 화나서 어쩔줄 모른다,)
배로친: 어구 내 조 주둥이를 그저, (오령감에게) 아즈바에! 아무래나 저 푸르낏낏한 조놈을 우리 힘으로는 붙잡을것 같잖은데 날래 파출소에 알리던지 해야잖겠슴둥?
오령감: 글쎄, (이마를 문지르며) 그런데 아주마이는 어떻슴둥? 이마 깨안졌습둥?
배로친: 내 이마는 박달이마돼서 일없는데 아주바이 이마는 넙적하구 별루 말랑말랑해보이는게 모질 아프겠습꾸마.
오령감: 아프나마나 더 이를데 있습둥. 그나저나 아주마이 이마는 정말 방치돌같이 딴딴합니다. 네?
배로친: 예. 그런데 남자이마라는게 어째 녀자이마보다도 못함둥?
박령감: 똥물싸갠게 그러찮구 어찌겠나.
오령감: 뭐이라구? 내 저놈새끼를 그저 아이, 그나저나 아주마이는 어떻게 돼서 저 류망새끼게 걸리게 되였습둥?
배로친: 에구 내 아주바이앞에서 어떻게 말할가? 저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면 오늘 점심에 내 점심밥을 먹구 졸음이 좀 오더라니 점심잠을 좀 자자구 금방 누워 잠이 들까 하는데 무스게 내곁에와 슬그머니 누우면서 나를 끌어안는게 아니겠습둥. 그래서 내 제꺽 눈을 뜨고 보니까 아니 글쎄 난생 면목도 모르는 저놈새끼 글쎄 나를 척 끌어안구 제법 로친이라구 부르재임둥. 그러니 에구 아주바이! 세상에 이런 망칙한 일이 어데 있겠습둥? 아주바이도 보다싶이 저놈새끼 어디 내 령감 같은데 하나 있습둥? 에구 기차서 원, 내 진짜 우리 령감같으루 해도 말안하겠습꾸마. 에구에구.
오령감: 글쎄말이꾸마.(박령감을 보며) 엑기 이 망할놈새끼야! 눈알에 똥이 펴두 정도있지 쪼글쪼글한 로친한테두 막 덤벼드는걸 보니 네 어째 녀자게걸이 들었재이니 엉?
박령감: 야, 이보 똥물싸개 오구랑령감! 그리구 이보 로친! 내 진짜 령감의 동갑이자 저 녀자의 오래묵은 나그넨데 어쩌문 그렇게도 나를 못알아본단말이요 양? 보니 그새 모두 눈에 곰태기 폭 꼈구만 양!
배로친: 애구야ㅡ저 말하는 꼴을…그래 저놈새끼 아주바이 동갑이 옳습둥?
오령감: 면목도 모르는 주제에 개코는 아니구 동갑이야.
박령감: (기막힌 나머지 허구피 웃으며) 하하하 이보 코막고 답답한 내사랑 내로친! 그래 몇십년을 한이불속에서 살을 맞대구 같이 살아온 제령감을 진짜 그렇게도 모르겠소 양?
배로친: 제령감을 어째 모르겠니?(오령감을 보며) 저 아즈바이두 알다싶이 우리 령감은 원래 총각때부터 이매가 20촉짜리 전기다마같이 쪽 벗어지다보니 항상 골에다 모자를 쓰고있다가 서방가는 첫날저녁에 잘 때야 난생처음 내 서방재 반짝반짝하는 골을 보구 놀라서 그저 막 울기까지 했다는 소리를 들었습지?
오령감: 예! 옳습꾸마! 들었습꾸마! 그래서 댁의 령감을 전기다마 혹은 다마내기 대가리라 했습지!
배로친: 예! 그러길래 나는 먼데서도 해빛에 반짝반짝하는 대갈님을 봐도 우리 령감을 제꺽 알아맞추꾸마.
오령감: 그럴게꾸마. 하여간 아주머니집엔 전기다마 없어도 된다구 했습지!
배로친: 그런데 글쎄 저사람의 머리를 봅소. 어디 우리 령감 대갈님과 같은데 하나 있습둥 예? 그런데다가 우리 령감은 촌의 목충장으로 간지 일년이나 되는데 어이구 이게 무슨 일임둥 예? 우리 령감이 알았으면 나를 때려죽이자구 들겠네!
박령감: 하하하…이보 로친! 근심마오. 내 바루 촌의 목축장으로 간 당신의 령감이요! 야, 그래서 난 그간 로친이 그립던 나머지 로친을 좀 기쁘게도 하고 놀라게 하자구 오늘 이렇게 기별도 없이 와서 사르써 로친곁으로 갔는데 이거 류망새끼라구 비깡대를 쥐고 쫓을 변이라구야. 그래 로친은 래일모레 생일인데 령감이 없이 혼자 쇠겠소 양?
배로친: 아니 저 사람이 내 생일은 어떻게 아는가?
오령감: 글쎄 똥싸개 오구랑령감이라는 내 별명까지 아는걸 보면 (박령감에게 큰소리로) 야, 임마! 네 아까 뭐 나를 똥싸개 오구랑령감이라구 했는데 내 어째 똥싸개 오구랑령감이니 엉?
박령감: 거 집체화때 어느해 생산대에서 탈곡이 다 끝나구 생활개선으로 탈곡장 마당끄트러기로 부녀들이 오구랑떡을 해놓구 데놀이를 할 때 령감은 그저 오구랑떡 세사발에다 돼지뜨물을 켜듯 채 괘지 않은 감지를 바가질루 막 퍼먹다보니 똥물싸개에 걸려서 바지에다 대구 와다다 했재이쿠 뭐이오? 그래서 령감을 똥싸개 오구랑령감이라구 했소 어째?
오령감: 야, 저놈새끼…
배로친: 호호호 그건 옳습꾸마. 그때 아즈바이 그랬습꾸마.
오령감: 야, 그때사 내…(무안해한다.)
배로친: 호ㅡ그게 뭐 일있습둥? (박령감을 보며) 야, 그럼 내 한가지 더 물어보자.
박령감: 응, 물어봐라.
배로친: 애구 조게 인젠 내와 응응하네!
박령감: 로친이 먼저 나와 오오하는걸 어찌겠소.
배로친: 아이 이보, 제 금년에 대체 나이 얼마나 됐게 나하구 응응하며 이러오? 에구 어떤 녀자 저런것과 같이 사는지 골이 아프겠다.
박령감: 어떤 녀자와 같이 살겠소? 당신과 같이 살지뭐.
배로친: 뭐, 뭐이라구?
오렬감: 거 버릇은 정말 개버릇이구만!
박령감: 하하하…금년에 내 나이 예순넷이라 개띤데 이 똥싸개 오구랑령감과는 동갑이구 (배로친을 보며) 이 로친과는 세살터부린데 어째?
배로친: 아이실상! 정말 우리 령감과 나이 똑같은데 그런데 어찌문 저리두 새파랄가?
오령감: 글쎄.
박령감: 하하하
배로친: (어색해하며) 저 그럼 한가지 더 물어보깁소.
박령감: (짐짓 건방지게) 양, 물어보오.
배로친: 에구야! 저 대답질하는상…나이많은 내 예예하는데 나이어린 제쪽에서 바루 양양하며… 가불간 네 정말 아는가 어디보자.
박로친: 응, 봐라.
배로친: 어구 저거 그럼 야, 우리 집에 자식이 몇이니?
오령감: 옳다. 정말 이 아매집에 자식이 몇이니?
박령감: 밭이 나빠 그런지 재간이 없어 그런지 우리 로친이 새끼 둘을 낳았다는게 둘 다 곱은디를 낳다보니 딸이 둘이요. 어째?
배로친: 에구 옳긴 옳은데…
오령감: 글쎄…
박령감: 흥, 흥,
배로친: (박에게 말투를 고쳐서) 그럼 저 큰딸의 이름은 뭐이구 작은딸의 이름은 뭐임둥?
박령감: (역시 말투를 고쳐서) 예, 거 딸들의 이름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저 큰딸은 돼지새끼 낳는 날에 낳았다구해서 주화라 하구 둘째딸은 개 새끼낳는 날에 낳았다구 해서 개화라 했습니다. 예. 어째 그런데는 무슨 의견이 있습니까? 예?
배로친: 아, 아이 어 없슴다.
오령감: 저타!
(배로친과 오령감 서로 마주보며 이상해한다.)
박령감: 그리구 저 우리 로친의 허벅다리에 지미 이렇게 주먹만한게 있는데 못믿겠으면 오령감이 어디 벗겨보라니까.
배로친: 어구 저게…어느새에 내 신다리를 봤는가?!
박령감: 곁에 눕어서 끌어안자마자 비깡대에 맞아서 쫓겨나오는판에 언제 당신의 허벅다리를 볼새있소 양?
배로친: 아이 그럼 저게 어찌문 저렇게
오령감: 그래 아주마이 신다리에 정말 주먹만한 지미 있습둥?
배로친: 예. 있습꾸…아이 이 아주바이 별난걸 다 물어보네. 어 없습꾸마.
오령감: 없다구?
박령감: 없기는, 거 오른쪽 허벅다리 제일 꼭대기에 (주먹을 내들어 보이며) 이리 큰 지미 있어가지구 무슨…이보 오령감, 내 말을 못믿겠으면 정말루 벗겨보라니까.
오령감: 엑기, 내 남의 녀자 바지를 벗기면 뭐이 되니?
배로친: 그러찮구! 에구 저 말하는걸 봐두 저놈이 진짜 류망이 옳다는데…
오령감: 글쎄 아무튼 저놈을 붙잡아서 혼내와야겠는데는 저놈새끼 너무 팔팔해서 어디…
배로친: 글쎄말이꾸마.
오령감: 저, 아주마이, 혹시 그집 령감이 일년간 외지에 있으면서 무슨 보약등속을 써서 저렇게 젊어질수도 있는데 저, 아주마이, 저 사람을 좀 찬찬히 봅소. 혹시 제령감과 좀 비뚜름한데 쪼꼼이 라두 있는가 말이꾸마.
배로친: 아이 가뜩이나 류망이같은 사람을 내 어떻게…저 아주바에, 저 사람이 아주바이와는 같은 남자구 또 동갑지간이라는데 아주바이 먼저 찬찬히 봅시까이. 예?
오령감: 그럴가?...(박령감을 보며) 야, 네 좀 거기 가만히 서있어라. 내 좀 찬찬히 보자. 오?
박령감: 응. 봐라.( 기척자세로 서있는다.)
오령감: 허, 이놈새끼 (박령감곁으로 가서 얼굴을 뜯어보며) 아하! 찬찬히 보니 정말 코대랑 눈이랑 비슷한데…
배로친: 예?! 에구 그럼 나두 좀 보깁소.
박령감: 양. 옳소. 로친은 눈자리 폭폭나게 오래오래 찬찬히 보오.(까딱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다.)
(배로친 쑥스러워하면서도 박령감의 곁으로 가서 얼굴을 딱 맞대고 이리저리 찬찬히 뜯어보다가 코도 줴보고 귀도 만져보고 당겨도 본다. 박령감 그래도 까딱않고 서있으면서 배로친을 보며 히쭉히쭉 웃는다.)
배로친: 웃지마! 징글스럽게. (그러면서 박령감의 귀를 당겨보더니) 에구 실상! 이 량반이 귀밑에 쥐젖이 달린걸 보니…
박령감: 내 령감이 옳지?
배로친: 아이, 이게 어떻게 된일이요? 여보 령감!
박령감: 여보 로친!
(박령감과 배로친 서로 끌어안는다. 오령감 둘의 갑작스런 거동에 놀라며 어쩔줄 모르다가 이들을 외면하며 아닌보살을 피운다.)
오령감: (짐짓 옷깃으로 부채질하며) 에ㅡ오늘날씨 과연 물쿤다야!
배로친: (오령감의 소리에 인츰 박령감을 놓고는 기쁜 나머지 옷깃으로 눈물을 찍으며) 아니, 그런데 영 산에서 살것처럼 하구 촌목축장으로 갔던 령감이 어떻게 돼서 이렇게 됐습둥 예?
박령감: 허허허 령감이 푸르낏낏해지니 좋지?
오령감: 좋으나마나 막 싸기를 쓸 정도로 좋겠지만은 난 이거 제 임자두 바루 모르는 아주마이때문에 공연히 남의 곁불에 거저…
배로친: 호호호…이거 안됐습꾸마. (박령감의 손을 쥐며) 그나저나 이봅소 령감! 거 소채갑이같이 쭈굴쭈굴한 얼굴에 주름살이 다 없어진건 둘째로 그저 20촉짜리 전기다마같이 반짝반짝하던 령감님의 골님에 해깔라 머리까지 척 난데다가 만날 앓던 자랑만 하던 령감이 이렇게 푸르낏낏해지다니 이게 대체 어찌된 일임둥 예?
오령감: 글쎄.
박령감: 어찌된 일이겠소. 이게 다 대자연이 준 산의 덕분이지.
배로친, 오령감: 뭐? 대자연이 준 산의 덕분?!(서로 번갈아보며 어리둥절해한다.)
박령감: 거 로친이나 오령감도 알다싶이 저 청계동 그 큰 골안이 다 우리 촌의 산장이자 목축장이 아니겠소?
배로친, 오령감: 양, 옳소. 그런데는?
박령감: 그런데 마을에 쓸만한 사람들은 다 돈벌이하느라구 외지 아니면 외국으로 싹 가는통에 촌의 산장을 돌볼 사람이 없다보니 내가 촌의 요구에 의해서 사랑하는 이잘난 로친과 잠시 리별하구 이불짐을 싸가지구 산으로 들어가지 않았겠소?
오령감: 양, 그런데는?
박령감: 그래서 내 척 가보니까 글쎄 야! 글쎄 야! (상념에 잡힌듯하며 말이 없다.)
배로친: 글쎄 어쨓단말임둥? 에구 답답하기루 속이 괘번지꾸마. 빨리 말합소.
오령감: 야, 그게야 내를 피운다야!
박령감: 야! 글쎄 산장으로 척 가보니까 세상에 천당이면 그런 천당이 어디 있겠소. 양?
배로친, 오령감: 천당이라니?!
박령감: 령감이나 로친이 생각해보오. 자고로 산수좋구 나무좋구 공기좋구 경치가 좋은데를 록수청산이라구 하지 않겠소?
오령감: 양, 옳소. 그래서?
배로친: 예, 옳습꾸마. 그래서?
박령감: 그러니까 그런데서 나오는게 다 보약인데다가 또 산에 뭐이 없겠소. 자, 보오. 봄에는 개살구, 백살구, 참살구에다가 수십가지 산나물로 이 몸을 포식하구…
오령감: 그렇지!
박령감: 거기다 여름에는 꽃이 많이 핀 양지쪽에다 꿀벌통 백여개를 해놓아서 매일 꿀루 장복하는데다가 또 산에서 나는 피나무꿀에 싸리꿀에 잡꿀까지 많다보니 그저 매때 꿀루 장물(국)을 해먹구 양치질두 꿀물로 했다니까.
오령감: 저타!
배로친:  에구실상!
박령감: 이뿐이오? 산에 약재는 또 얼마나 많은지 아오? 그래서 그 약재로 자약을 해먹기두 하구 거기다 내 또 손을 좀 부지런히 놀려서 양삼장까지 꾸리다보니 그저 또 매일 백가지 꽃술이라는 백화술에 인삼술에 록용술에 하여간 이러한 가지각색 약술로 이몸을 복용하는데 이ㅡ야!
배로친: 에구 잘했습꾸마.
오령감: 야! 그게야.
박령감: 그뿐이오? 가을에는 돌배, 참배, 머루, 다래, 질구배, 열구배같은 산열매들이 입맛을 당기게 하는데다가 산짐승들의 혜택까지 받다보니까…
배로친, 오령감: 산짐승들의 혜택을 받다니?(어리둥절해한다.)
박령감: 하하하 이보 로친! 그리구 오령감! 산짐승들이라는건 사람이 자기를 해치지 않으면 오히려 사람과 친해지는 법인데 거 산에 있는 노루라던가 사슴이라던가 그리구 장꿩이구 까투리구간에 처음에는 나를 보면 슬슬 피해 달아나던게 내 자꾸 소금이랑 뿌려주면서 친하게 구니까 그다음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내곁을 떠나지 않더란 말이요.
배로친: 에구실상!
박령감: 그래서 한번은 어찌겠소. 점심때 내 나무그늘밑에서 풀풀거리구 낮잠을 자는데 뭐이 내 얼굴을 슬슬 문지르더란 말이요. 그래서 슬그머니 눈을 떠보니 야따 글쎄…
배로친: 무스겝덤둥?
오령감: 무스겝데?
박령감: 말사슴이라는놈이 글쎄 축드리운 제 중탤루 내 얼굴을 슬슬 문지르다가 새양을 내 코대에다가 찔 싸놓구 가더란말이요.
배로친: 예?! 호호호
오령감: 양?! 하하하
배로친: 호호호 세상에 별일 다 봤습꾸마.
오령감: 야! 그게야 정말 신기한 일이다야!
박령감: 하하하 자, 보다싶이 이렇게 내 산에서 살다보니까 전에 있던 위병이 다 떨어지구 오줌눌땐 소변이 자꾸 저려서 로친곁으로 갈 엄두도 못내던 난데 허, 지금은 소변이 저릴라구 어째 자꾸 녀자생각이 날까 하는데다가 양? 허허허, 또 보다싶이 털이 한대 없던 내 골님이 이렇게 30대 양춘가절이 됐단말이요.
배로친: 에구, 가불간 꿈같이 기쁘꾸마.
오령감: (시샘이 나하듯) 양, 그럴게요.
박령감: 거기다 내 또 부자까지 되구보니 더 기쁘당이.
배로친: 아니, 령감이 부자되다니?
박령감: 로친이 보오 양? 산을 보면서 내절루 인삼장에 벌통까지 해놓은데다가 이전에 나무를 마구 람벌했던 가재골 등사리에다가 내 그저 쉬며쉬며 만여그루나 되는 홍송을 심었는데 그게 돈을루 핵산하면 얼마나 되는지 아오? 그래서 하루는 촌장이 산으로 왔다기 내가 심은 나무를 보구 하는말이 “아바이, 이게 바로 나라의 재부이자 촌의 재부이고 아바이 재부입니다.”라고 하지 않겠소. 그러니 내 부자된게 아니구 뭐이요?
배로친: 예. 옳습꾸마. 에구 내 요 령감을 어찔까?(박령감의 얼굴을 살갑게 살살 문지른다.)
오령감: (이들을 외면하며) 야! 이거야, 이럴줄 알았더면 작년에 촌장이 내하구 산으로 안가겠는가구 물어볼 때 가자했던걸 그랬다야!
(셋이 같이 웃는다.)
박령감: 이보 오령감! 근심마오. 지금 산장에 할일이 많구많소. 그래서 내 혼자서는 일손이 딸리는데 이제 내 갈 때 같이 가서 산장을 잘 가꿔가기요. 내 이미 촌장과 말했소.
오령감: 그랬소? 야! 그럼 동갑이 만세다. 만세!
배로친: 호호호 (박령감에게) 그런데 이봅소. 그러면 그렇다구 이런 정황을 내게다 언녕 알리는게 옳습지 어찌문 사람이 그리두 모심함둥?
박령감: 이보로친! 좋은일이라는건 진짜 모르구있다가 고 대목에 가서 탁 알아야 더 좋은게오. 안그렇소?
오령감: 양, 그건 옳소.
박령감: 그래서 내 오늘 로친을 떠볼겸 놀래워두 볼겸 기쁘게도 할겸 해서 집으로 오면서두 까딱 기별도 없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낮잠을 자는 로친곁에가 살며시 눕으면서 슬그머니 안았더니 무스거, 단통에 비깡대를 꺼꾸러쥐구 나를 류망새끼라구 쫓는데 보니 우리 로친이 옛날 춘향이보다 절개를 더 지킬것 같구 어디다 둬두 잃어안먹을것 같다니까. 하하하
오령감: 글쎄, 아까 소래기를 치며 비깡대를 꺼꾸러쥐구 제 령감을 쫓는걸 보니까 에구 내 같은건 어찌지 못하겠습데.
배로친: 에구, 이 아주바이 어째 이램둥? 내 이래 봐두 영 싹싹하꾸마.
박령감: 옳소. 좋을 때는 기딱 막히게 싹싹한게 싹 죽여주오.
오령감: 그렇소? 하하하 (박령감, 배로친도 따라웃는다.)
오령감: 야! 그나저나 뭐이구 뭐이구 해두 령감넨 오늘 신혼부부 한자리에 드는것 같이 별세상만 하겠소 양?
배로친: 두말하면 잔소립지.(박령감을 보며) 이봅소. 우리 신랑재! 빨리 가깁소.(다정하게 박령감의 팔을 끼고 잡아끈다.)
박령감: (끌려가며 무안해하듯 오령감을 보며) 야, 이거 저 동갑이두 같이 가기오.
오령감: 엑기, 내 가서 저네 둘이 노는걸 구경하라구? 싫다. 나두 내 로친곁으로 가겠다. 어ㅡ째?
배로친: 예ㅡ옳습꾸마! 제각기 그렇게 하깁소!
일동: 얼씨구 절씨구 대자연이 준 산의 혜택이 좋을시구, 얼씨구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셋이 성수나게 어깨춤을 으쓱으쓱추며 들어간다.)
오령감: (뒤따라 들어가다말고) 야, 이거 나는 진짜 남의 곁불에 좋아서 얼씨구 절씨구 하며 이러는가?...에구야, 나두 인차 산에서 젊어지겠으니까 좋다! 얼씨구 절씨구 (춤추며 뒤따라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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