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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담
  원장
 
○ 리종훈
 

 

(남, 녀가 가지런히 나온다. 무대중심에 이르러 남이 입을 헤 벌리고 소리없이 웃기만 한다.)

녀: 어마나! 벙어리 례단받은 모양같이 왜서 그저 웃고만 있어요?
남: 좋아서 웃지 왜 웃겠습니까? 헤… (또 웃는다.)
녀: 정말 터진 팔자루같이 헤 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걸 보니 과시 좋은 일이 있겠네요.
남: 두말이면 잔소리죠.
녀: 그럼 대체 무슨 기쁜 일이세요?
남: 총각의 심리를 잘 알아맞추는건 처녀라는데. 옥화씨 어디 맞춰보시라요.
녀: 호, 보지 않아도 어디 가 도깨비감주라도 마시고 세상이 녹두알만큼 되니까 뭐나 다 좋아서 헤!
남: 천만에요. 난말이얘요. 처녀들이 고를 진짜 리상적인 남자로서 담배는 물론 술소리만 들어도 우로 구토설사를 막 하는 사람이라구요.
녀: 그래요? 호, 그럼…어데 가 색시감이라도 얻고 너무 좋아서 호…
남: 뭐, 색시감이요? 하하하, 나에게는 지금 숱한 자식들이 밀밀 나오고 쑥쑥 자라고있는데 색시가 다 뭡니까? 색시!
녀: 어마나! 아직 약혼도 잔치도 안한 영철씨에게 자식까지 있다니 숫말도 새끼를 낳겠네요 호…
남: 별소릴 다하네. 그래도 나는 그자식들의 덕으로 날봐라 하고 원장이 됐다구요.
녀: 네?! 동무가 원장이 됐다구요?
남: 암요. 언젠가 옥화씨의 어머니는 농촌총각들은 종래로 땅만 뚜질 두더지같은 농민이라고 은근히 나를 나무리면서 옥화씨를 어느 도회지총각이 아니면 장자가 붙은 총각께 시집보내겠다고 했다만 오늘 내가 이렇게 번듯이 원장이 척 됐으니까 모르기는 하겠소만 옥화씨 어머니는 춘향의 모친 월매같이(형용으로) “아이고 팔도걸인 리도령이 암행어사로 되나니 이게 웬일이냐? 어디 보자! 어디 보자!”하며 기절초풍할 정도로 코신을 꺼꾸로 신고 막 달아나오다가 개물함지에라도 폭 빠지지나 않을지. 헤헤헤…
녀: 어마나! 떡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찾네요. 호…
남: 호… 어디 보지.
녀: 정말이지 눈만 뜨면 소궁둥이를 북장구치듯하던 영철씨가 갑자기 원장이 됐다고 무척 뻐기는걸 보아선 아마 어느 탁아소 아니면 유치원 원장자리나 얻었겠네요.
남: 원 이 동무가…탁아소나 유치원은 동무네 녀자들이나 (형용으로) “하나 돌, 하나, 영남이, 코개지가 기차굴에서 나와요. 얼른 닦아요. 하나 둘, 하나, 호르륵 ㅡ호르륵ㅡ”이렇게 호르래기를 불면서 할 일이지 코구멍이 꺼칠한 남자들이 어떻게 한다고 그럽니까?
녀: 그럼 대체 무슨 원장질해요?
    남: 저, 옥화씨가 시집가서 임신하고 막달잡고 해산할 때 어디로 가요?
    녀: 산원이죠
    남: 흐흐 그렇지? 산원이지? 그러니까 내가 바로 산원의 원장이라 그말이야!
    녀: 네ㅡ에?!
    남: 그런데 그런 산원은 그저 아이만 낳게 하지만 난 뭐나 다 막 낳게 하는 산원의 원장이랍니다. 헤…
    녀: 아니, 뭐나 다 막 낳게 하는 산원의 원장?!
남: 그렇지! 그렇다구 얼음강판에 뻐뜨러진 황소처럼 눈을 그렇게 꿀종지같이 뜨며 놀라지 마시라요.
녀: 어마나! 세상에…
    남: 흐흐, 사실 난 바로 이런 산원의 원장 겸 접생원질도 한다구요.
녀: 호호호…코구멍이 꺼칠하다고 유치원 원장질을 못한다던 동무가 남자로 나서 못나게 산원에서 접생원질 하면서 원장질 해요?
남: 암요. 영광스러운 일이니깐요.
     녀: 호호호 산원은 종래로 남자들의 금지구역인데 총각인 동무가 접생원질하고 원장질 하는데다가 자식까지 있다 하니 실로 가마안의 삶은 돼지대가리 꿀꿀 웃겠네요. 호ㅡ야,
남: 호ㅡ야 별소릴, 우리 산원은 말입니다. 남녀로소를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출입하면서 낳는걸 구경도 하는데 들어왔던 사람들은 낳는걸 더 보자구 모두 가기 싫어합니다요.
녀: 아요, 별일 다 보겠네요. 세상에 그렇게 하는 산원이 어디 있어요? 원 거짓말도 너무 새빨갛게 하면 자기 밑구멍도 새빨갛게 된대요. 알겠어요?
남: 허, 이거…더운 밥 먹고 싱거워서 거짓말할가? 필시 내말이 거짓말이라면 정말 내…
녀: 정말 어쩌겠어요?
남: 동무가 임신해서 막달잡고 해산할 때 우리 산원에서(짐짓 녀의 귀에 대고 어성을 낮추어) 면비로 해주겠어요.
녀: (남을 콱 밀치며) 어마나! 부엌데기 주인마누라 속옷 걱정한다고 누가 동무더러 그런 식은 걱정을 해달라나요.
남: 으흐, 안오겠으면 마시라요. 하여간 우리 산원이 좋다고 모두가 막 줄쳐오는판에 옥화씨라구 안올까? 흥, 흥…
    녀: 아이구 나원 참…
    남: 아이구 나원 참, 그리구 우리 산원에선 말입니다. 여느 산원과는 달리 못낳던 아들딸을 팍팍 낳아주는건 물론 돈이 나오라면 돈을 낳아주고…
    녀: 어마나! 산원에서 돈을 낳아요?
    남: 그렇지! 그리고 또 목재를 낳으라면 목재를 낳고 층집을 낳으라면 층집을 낳고 고층루각을 낳으라면 고층루각을 낳아주고 고기를 낳으라면 고기를 낳아주고…
    녀: 아이참, 그게 무슨 산원이세요?
    남: 그리고 인삼록용을 낳으라면 인삼록용을 낳아주고 흥겨운 노래춤이 나오라면 노래춤이 나오고 그리고 또 시원하고 달콤한 과일도 낳아주고요. 늙은 사람 젊어지게도 하고 꽃같은 색시도 생기구요.
   녀: 호…그럼 그것이 산원인것이 아니라 꽃같은 색시에 노래춤까지 나온다니 필시 어느 도회지 무도장이 아니면 어느 호텔이겠네요.
   남: 이봐요, 이봐요, 이봐요! 그래 옥화씨는 어느 무도장에서나 호텔에서 못낳던 아들딸을 덜렁 낳게 하는걸 봤습니까?
   녀: 아유, 가도록 심산이라더니 그래 그런 산원이 어디 있어요?
   남: 어데 있는가면요 저, 어데 있는가면요 가만 어데 있는가면요?
   녀: 어이유, 명이 짜른 놈은 굶어죽겠어요.
   남: 그런 산원이 어데 있는가면요 저…그래 딱 알구싶어요?
   녀: 아이참, 능청이라구야 어서 말하라고 하지 않아요?
남: 그렇다면 뭔가니까…가만 정말 딱 알구싶어요?
   녀: 아이구, 기막혀라. 그걸 듣자하다간 진짜 금방 약혼한 처녀 시집가서 임신하구 막달잡구 해산까지 하겠네요.
   남: 하하하…다다다다 다다다다 하는걸 보니 진짜 기관총이구나! 자 그럼 이번엔 진짜로 말해주겠는데 그것이 어데 있는가면요.
  녀: 어디 있어요?
  남: (“산으로 가세”노래곡조에 마추어 흥겹게 노래로)
    산으로 가세 산으로 가세
    온갖보물 나는 곳 산으로 가세
    보배산은 금전골 헹헹 산으로 가세
  녀: 네? 산? 아요ㅡ그러니까 동무가 말한 산원이란 바로 동무가 맡은 자류산 책임산을 두고 한 말이였겠군요.
  남: 네, 딱 맞고 똑 떨어졌습니다.
  녀: 야, 그런걸 난 또 별 희구한건줄 알았는데 뭐 산? 호호호…사실말이지 산에는 보물이 많다지만은 동무가 맡은 산에야 뭘 볼것이 있다고 산원이라고 그렇게 굉장하게 자랑하세요? 더구나 동무는 산을 떼여 나눌 때 남들처럼 제비나 잘 쥐여 나무가 많이 선 좋은 산이나 차례져도 모르겠는데 어벌짝크게도 모두가 건져먹을것이 없다고 내버린 민둥산 하나를 통채로 맡고서도 뭐 산원 원장이라구요? 호…남이 떡 먹는데 공연히 장 떼먹으며 큰소리치지 말라요.
  남: 뭐요? 그러게 나의 가슴이 더 뿌듯해난다는겁니다. 알겠어요? 옥화씨!
  녀: 아니, 나쁜 산을 가지고도 가슴이 뿌듯해난다면 좋은 산을 가졌더라면 가슴이 톡 튀여나오겠네요.
  남: 천만에요. (시적으로)
     아ㅡ
    내 찬란한 앞날 그려가며
    발가벗은 저 민둥산에
    나의 자식들을 오골보골 키워가리
    아니, 내 자식을 온산에 꽉 박아서게 하리
    아, 너는 나라의 기둥감
    고층루각도 너로 하여 일떠서리
녀: 아이참, 그러니까 여태 동무가 자식이라 한건 산에 나무를 두고 한 말이였군요.
  남: 그렇지!
  녀: 그래서 온산에다 나무를 심어 푸른 림해 설레이게 하겠단말이겠죠?
  남: 암요, 지금 내 가슴에선 언녕 미래에 대한 동경에 썰물이 막 일고있습니다요.
  녀: 호…건데 그건 근근히 동무의 황홀한 꿈에 지나지 않는데요. 어찌 보면 고무풍선처럼 둥둥…
  남: 뭐, 고무풍선처럼 둥둥? 하, 이 동무가…속담에 정성이 지극하면 돌우에도 꽃이 핀다고 난 말입니다. 작년에 분배받은 자류산 책임산에 몇천만그루에 달하는 나무를 심었는데 한대도 손실없이 모두가 파랗게 자랐다구요.
  녀: 그래요?!
  남: 그리고 또 황무지에다 꾸린 묘목장의 나무들도 어서 빨리 자류산에 이사해달라 재촉하며 자라나고있으니까 그래 내 가슴이 미래의 아름다운 동경으로 뿌듯해나지 않겠습니까?
  녀: 네, 그렇다면 정말 그럴만도 해요.
  남: 그리고 그 민둥산의 둘레에는 과수를 심고 양지바른 곳에다는 포도장, 양봉장을 꾸리구요.
  녀: 골짜기마다에는?
  남: 인삼장에 장생불로초를 포함한 각가지 약재를 심구요.
  녀: 골짜기로 흐르는 개울에는요?
  남: 기름개구리 번식장 과동장을 만들어 놓구요.
  녀: 야! 오늘보니 진짜 위대한 원견가 되기에 손색이 없네요. 그래서 고층루각 이요, 달콤하고 시원한 과일이요. 또 인삼보약도 나오니까 늙은 사람 젊어지게 한다는거겠지요?
  남: 암요. 그러잖아도 몇달전부터 난 기름개구리엿에다 장생불로초에 불개미를 넣어 빚은 불로주를 매일 아버지 어머니에께 대접했더니 소채갑이같이 쭈글쭈글하던 얼굴의 주름살이 쪽 펴져서 외지사람들은 모두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를 나의 형님 누나로 봅디다요. 으흐흐…
  녀: 호호호…그럼 동무도 하냥 이팔청춘이겠네요.
남: 암! 그뿐이 아니라구요. 어제날 벌거벗은 민둥산이 울울창창한 림해로 될 때에는 진달래꽃, 나리꽃, 함박꽃, 인삼꽃이 피여나 온갖 산새들이 지저귀는데…
녀: 어떻게 지저게요?
  남: (형용으로) 복꿍, 복꿍, 복복꿍ㅡ호오떡 먹구자자ㅡ좋송, 좋송, 삘리리리리ㅡ
  녀: 정말 그럴듯하네요. 좋겠네요..
  남: 좋다마나 그래서 피나무꿀, 싸리꿀이 나오는 저 언덕받이에 은점박이 금전박이 노루 사슴들이 보금터가 여기노라고 푸르루ㅡ푸드등하며 뛰놀겠으니 이것이 그래 자연의 아름다운 멜로디 노래와 춤이 아니고 뭡니까?
  녀: 그럴만도 해요, 건데 노루 사슴들이 껑충껑충 뛰지 어디 푸르루 푸드등하며 뛴다고 그러세요 호…야.
  남: 호ㅡ야! 그건 말이지요. 노루 사슴들이 산곡간의 좋은 풀들을 마음껏 먹게 되여 좋아서 투레질하느라 푸르루ㅡ 살이 지여 까스가 잘 통한다고 푸드등ㅡ
  녀: 호호호(간드러지게 웃는다.)
  남: 어이구맙시사, 동무의 웃음에 저 나무우에 새들도 놀라 달아난다구요.
  녀: 호…동무는 말에 제법 양념을 잘 쳐가는데 하다면 산이 못낳는 아들딸은 어떻게 낳아줘요?
  남: 옥화씨도 알다싶이 우리 앞집, 앞집 앞집에 있는 우물집각시를 알지요?
  녀: 네, 알아요, 그런데는요?
  남: 바로 그 각시가 시집온지 석삼년이 되지만 자식을 못봐서 남편탈 안해탈 하는걸 솔밭골의 토배기의사의 초약 몇첩에 단번에 오누이쌍둥이를 덜렁 낳게 되였다구요.
  녀: 그랬어요?!
  남: 그래 그 약종은 어데서 왔겠습니까?
  녀: 물론 산에서 왔겠지요 뭐.
  남: 어이구 알기는 순대꼬리만치 아는데요.
  녀: 네?
  남: 약이 산에서 나온걸 삼척동자도 알지마는 그 약종만은 내가 우리 책임산과 자류산에 심은 약재래요 약재! 그래서 마을 부녀들은 모두다 나를 산원의 원장이라고 하면서 나한테 와서는 (형요으로)”에구 이보 총각이, 우리 며느리를 빨리 임신시켜주오 양?”이런다구요.
  녀:  호호호 정말이세요?
  남: 정말이잖구!
  녀: 좋겠어요?
  남: 편지문안이죠.
  녀: 가만, 아까 또 뭐가 나온다고 했죠? 오, 그래 꽃같은 색시도 생긴다고 했는데 색시는 어떻게 생겨요?
  남: (신고산타령 곡조로)
     저걸 좀 보소 저걸 좀 보소 저 처녀 보소.
     머루다래 딴다면서 내 뒤만 따르오
     금전골이 하도 좋아 처녀마다 시샘내니
     아 흥흥 아 흥흥 누구를 고를가
  녀: 야, 그럼 명주바지에 닥사리겠네요.
  남: 암요, 흐흐 그렇다고 옥화씨 고양이 락태한 상은 하지 말라구요.
  녀: 네ㅡ에?!
  남: 난 말입니다. 수박을 고르듯 이렇게 이마를 똑똑 떼워가며 처녀들을 고를 예산인데 일편단심 나와 손잡고 산이라는 이 큰 산원을 잘 꾸려갈 신심이 있는냐 없느냐 하는걸 선결조건으로 삼겠습니다요.
  녀: 그러세요? 야, 저는 오늘 영철씨의 원견성있는 포부에 탄복했어요. 참말이지 장래의 큰 산원 원장이 되기에 손색이 없네요.
  남: 무슨…(짐짓 어리광대처럼 몸을 비비탈며 녀를 보면서 어줍게 웃는다.)
  녀: 호…그러니 저도 오늘부터 동무를 선생으로 모시고 우리가 맡은 자류산 책임산을 인삼꽃피는 령지로, 푸른숲 설레이는 림해로 가꾸기에 모든 힘을 다 하겠어요.
  남: (시적으로)
    아ㅡ 락원의 별당을 지어줄 나무여
    그때에 가서 우리 서로
    아들딸과 옛말하리!
    아ㅡ 아ㅡ
  녀: 어마나! 아이 낳기전부터 포대기 갖춘다더니 그래 약혼은 언제 하고 잔치는 언제 하구요?
  남: 약혼은 지금하고 장가는 동무가 너울쓰고 시집가는 날에 나도 딱 간다고요.
  녀: 아니. 그렇게 신통히 될가요?
  남: 되구말구요. 내가 동무한테 장가들면 되지 뭐.
  녀: 어마나!
  남, 녀: 하하하,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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